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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투자의 기본개념

유동성 장세와 실적 장세의 차이,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주식시장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지만, 같은 상승장이라도 그 배경은 다르다. 어떤 때는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자산 가격이 오르고, 어떤 때는 기업의 실적이 좋아져서 오르기도 한다. 전자는 유동성 장세, 후자는 실적 장세다. 두 장세 모두 투자자에게 기회를 주지만, 그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상승의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면 전략을 세우기 어렵고, 결국 시장의 변화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유동성 장세와 실적 장세의 차이를 살펴보고, 투자자가 각 시기에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현실적인 관점에서 정리해본다.


유동성 장세의 특징과 전개 과정

유동성 장세는 말 그대로 시중에 돈이 넘쳐나는 시기다. 금리가 낮고,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통해 자금을 공급할 때 발생한다. 이 시기에는 기업의 이익이 아직 개선되지 않았더라도 주가가 상승한다. 돈이 자산시장으로 흘러들며 ‘유동성’이 가격을 밀어올리는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의 시장이 대표적이다.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0% 수준으로 내리고 대규모 채권 매입을 실시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까지 대부분의 자산이 동반 상승했다.

유동성 장세에서는 성장주, 기술주, 테마주가 강세를 보인다. 금리가 낮을수록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직 이익이 크지 않은 기업이라도 높은 성장성을 기대받으면 주가가 급등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승은 단단한 실적 기반이 없기 때문에 금리나 유동성 환경이 바뀌면 쉽게 흔들린다.

유동성 장세의 핵심은 ‘돈이 얼마나 풀려 있는가’다. 투자자는 금리 수준, 통화 공급량, 정부의 재정정책 등을 통해 자금의 흐름을 관찰해야 한다. 돈이 풀릴 때는 상승 속도가 빠르지만, 회수될 때는 하락도 그만큼 급격하다

유동성 장세와 실적 장세의 차이,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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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장세의 의미와 구조

실적 장세는 기업의 실적이 주가를 이끄는 시기다. 경기 회복으로 매출과 이익이 실제로 개선될 때 나타난다. 유동성에 의존한 단기 상승이 아니라, 기업의 펀더멘털이 강해져서 나타나는 상승이라는 점이 다르다.

이 시기에는 성장주보다 가치주나 경기민감주가 주도한다. 금융, 산업, 소비재 등 경기 회복과 함께 실적이 늘어나는 업종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다. 실제로 2022년 이후 미국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축소되자 기술주의 상승세가 둔화되고, 대신 에너지와 금융 업종이 시장을 이끌었다.

실적 장세는 단기간의 폭발적인 상승은 어렵지만,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상승을 보여준다. 주가가 기업의 이익에 기반하기 때문에 조정이 와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특히 장기 투자자에게는 실적 장세가 안정적인 수익을 쌓을 수 있는 시기다.

실적 장세의 지속 기간은 경기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체로 2~3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금리 인상이 과도하거나 경기 회복세가 꺾이면 다시 조정 국면으로 들어가므로, 실적 증가세가 유지되는지를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


유동성 장세와 실적 장세의 전환 신호

두 장세는 서로 독립된 것이 아니라 순환한다. 유동성 장세는 금리 인하와 통화 확대에서 시작되고, 시간이 지나면 경기가 회복되며 실적 장세로 이어진다. 반대로 금리 인상이 장기화되면 실적이 둔화되고, 시장은 조정기에 접어든다. 이 전환의 신호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금리 방향의 변화다.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 유동성 장세는 막을 내린다. 그러나 이때 바로 하락장이 오는 것은 아니다. 금리 인상 초기에는 여전히 경기 회복 기대감이 살아 있어 실적 장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 기업 실적의 개선 여부다. 분기별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난다면, 시장은 유동성보다 실적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셋째, 주도 업종의 변화다. 기술주 중심의 시장이 금융, 산업, 소비재 등으로 중심이 이동하면 실적 장세로의 전환 신호로 볼 수 있다.

이 세 가지 신호를 통해 시장의 흐름을 미리 감지하면, 투자자는 자산 비중을 조정하거나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할 수 있다.


장세별 투자 전략

유동성 장세에서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금리 변화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이 시기에는 성장성이 높은 산업과 혁신 기업이 강세를 보이므로, 기술주나 테마형 ETF, 그리고 미래가치 중심의 자산이 유리하다. 다만 유동성 장세는 지속 기간이 짧으므로 급등 후 분할 매도나 이익 실현 전략이 필요하다.

실적 장세로 넘어가면 전략의 방향이 달라진다. 이때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재무구조가 안정적이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는 기업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다. 배당주나 가치주 ETF, 경기민감 업종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유효하다.

또한 장세가 전환되는 시기에는 현금 비중을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동성이 줄어드는 구간에서는 단기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에, 일정 부분 현금을 확보해 조정기에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유동성 장세는 돈이 만든 상승이고, 실적 장세는 기업이 만든 상승이다. 두 장세 모두 투자 기회를 제공하지만, 원인과 지속성은 다르다. 유동성 장세에서는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따라가되, 실적 장세로 넘어갈 때는 근본적인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투자자는 지금 시장이 어느 장세에 있는지 판단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금리, 유동성, 기업 실적, 업종 변화를 함께 관찰하면 장세의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시장은 결국 유동성에서 실적으로, 그리고 다시 유동성으로 순환한다. 이 순환 속에서 핵심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아는 것이다.

돈이 넘치는 시기에는 냉정함을, 실적이 개선되는 시기에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유동성에 휘둘리지 않고 실적에 집중하는 투자자가 결국 시장의 변화를 이겨낸다.